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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07월 09일
I
아는 선배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 21세기 초반의 대학가 사람들 답게 "로또"이야기를 나눈다. 나는 디오-슈페리움 이라는 거창한 이름의 오피스텔이 '우월'하더라고 전언(傳言)하면서, 이케아(IKEA) 가구를 채워 넣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자 그 형은, 정겹게도 "로또에 당첨된다면 인생의 모든 운을 거기에 써버리는 거 아닐까?"라는 매우 그럴듯한 이야기를 건넸다. 나는 똑똑한 척 재느라고 다시 "그렇다고는 해도" "역시 '운'이라는 거에도 여러 종류가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나는 다른 운들은 모두 재물운으로 바꿔볼래."하고 '운'의 종류를 云云했다. 형은 "건강운까지도 말야?"라고 응수했고, 역시 그건 무리겠지. 하고 나도 수긍할 수 밖에 없었다. II 잠시 지나간 이야기였고, 그 이후에 형과 나는 화려한 그래픽이니, 게임이니 하는 이야기도 하고 동네 슈퍼마켓 하는 이야기도 나눴다. 고시는 어려운 모양이었고, 나도 괜히 우울한 형의 마음을 훔쳐 본 것 같아 우중충했다. 집에 돌아가는 나를 배웅하는 형을 뒤로한 채, 나는 털털거리는 버스에 몸을 실었지만, 오늘 까지 계속 반복되는 대화는 역시 그 "로또"에 대한 것이었다. 운이란 그렇게 균형이 정해져 있는 존재는 아닐 터이다. 어떤 사람은 운으로 가득 찬 인생을 살고 있다. 우리가 어느 사람들을 "탈랜트"라고 부르는 것이 극명하게 이러한 운의 불균형을 말해준다. 재벌 2세는 어떤가? "셀러브리티"들은 어떤가? 21세기 초반의 야심많은 20대라면 생각해봄직한, 김연아나 박태환에 대한 막연한 부러움과 시기는 어떤가? 운은 만들어가는 것이기도 하지만, 또 돌아보면 역시 그렇게 만만하게 움직일 수 있는 무게추도 아니다. 하지만 그 무게란 것은 우리 인생에 매우 깊게 침잠한다. 어떤 가정에 태어나는지. 일용직 홀아비 아래서 자란 아이도 있고, 강남 고층아파트에서 사업가와 교수 밑에서 자란 아이도 있다. 어떤 나라에서 태어났는지. 상속은 얼마나 받는지. 심지어 어떤 얼굴인지. 그리고 어떤 키인지. 어떤 체형인지까지. 운의 문제가 개입하지 않는 경우는 드물다. 그리고 '노력'을 강조하는 우리네 이야기들. "운은 만들어가는 거다"라는 굳은 신념의 이면에는, 아마도 이러한 불균형에 대한 깊은 무력감이, 피로감이 자리해 있는 것 같다. III 그런데, 그토록 불균형함이 뚜렷한 우리네 인생에서, 형과 나는 왜 운에 대한 '균형적'인 이야기를 자연스럽게도 꺼낸 걸까? 형은 왜 응수했고, 나는 왜 그토록 쉽게 수긍했을까? 나는 곰곰이 따져보지 않을 수 없었다. 이틀 동안 틈틈히 생각해보건대, 아마도 운의 문제가 우리 인생의 '행복'을 담보하지는 못하는 모양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나는 채 자라지 못한 젊은이여서, 아마도 이런 깊은 인생 전체에의 관조에는 익숙치 못하다. 사실은, 익숙치 못하다기보다도, 무언가 반발심이 쉽사리 치오른다. 인생이 이렇다, 고 하는 노인의 말마디가 때로는 지나치게 오만하고 고집스럽게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생이 운의 문제만으로 결정지어진다면, 그래서 우리의 인생은 가장 행렬에 불과하다고, 말하자면 우리의 땀과 피와 한 땀의 시간 등은 대략 결정지어져 버린다면, 대단한 돌연변이가 아니라면 '그저 그렇게 살아가는 일벌들'이라면, 그래서 혁명 이외에는 그 어떤 희망도 존재하지 않는다면, 나는 생각하건대, 아마도 사회주의가 그렇게 쉽게 무너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순전히 가장일 뿐이라고 생각치 않는다. 인생은 그렇게 단순하게 재단될 수 없을 것이다. 아마도 '운'의 문제란, 인생에 비해서는 매우 단순하고, 그렇기 때문에, 보다 복잡한 인생 전체를 포획하지는 못한다는, 단순한 불가지론은, 그 겸양만으로도, 수용할 만 한 명제라고 생각한다. (쉼표가 많은 데 양해를 구한다.) IV 우리는 노력해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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